redlily 2020. 8. 4. 07:04

  이틀동안 장맛비가 쏟아졌으나 오늘 아침은 푸른 하늘에서 햇살이 눈부시게 퍼지고 있다.

 장마가 온다고 하여 지난 주에 살구를 모두 따기로 했다. 남편은 사다리를 살구나무에 기대여 놓고 장대에 망을 만들어 나무의 높은 곳에 달린 살구를 따서 나에게 받도록 하거나 잔디에 내려 놓았다. 이른 아침에 우리가 이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대문이 열리자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한 발을 대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리 집 폐지를 수거하여 가는 할머니이시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폐지는 잔디 위에 놓겠습니다. 오늘은 폐지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살구를 좀 드리겠습니다."

할머니에게 말을 한 후, 딴 살구 중에서 실하고 잘 익은 것을 골라서 종이 가방에 가득 넣어 들였다.

 "어유! 이렇게 많이 주셔요. 고마우셔라." 하시며 할머니는 살구가 든 가방을 내려다 보시며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할머니는 주섬주섬 폐지를 가슴에 끌어안고 오른 손에는 살구를 들고 대문 밖으로 나가셨다.

 그 후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에 대문 벨이 울렸다. 이 이른 아침에 누가 왔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개폐기를 눌렀다.

낮 익은 할머니의 모습이였다. 그녀는 오른 손에 까만 봉다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나는 대문으로 향하여 나가 그녀를 만났다.

 "아주머니! 지난번 주신 살구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얼마나 단지요. 고마워서 제가 담근 오이지 3개 가지고 왔습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드셔 보세요." 하며 검은 비닐 봉 다리를 나에게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있는 것을 드렸는데.............오이지는 왜 가지고 오셨어요. 잘 먹겠습니다." 하였다.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우리 집 대문 밖 계단을 내려 가셨다. 여전히 폐지를 모을 캐리어를 가지고 오셨다.

폐지 값도 떨어져서 하루 종일 다녀도 저녁 찬거리 값이 안된다고 하셨는데. 없는 돈에 오이지를 담가 장마 통에 드시려고 했을텐데.

 

 할머니의 빈곤 속에 풍요가 담긴 오이지를 들고 들어오는 나는 할머니의 따듯한 마음과 정성을 함께 가지고 들어왔다.

 

                                                         2020년 7월 17일